오늘부터 1일

    / / 2021. 10. 14. 18:13

    티스토리 내 공간으로 돌아오기까지

    정확히 75일이 걸렸다

    그동안 생각은 너무나 많았지만 결과는 없다

     

    며칠 전 어머니 지인 부탁으로

    소개팅을 다녀왔다

     

    앞에 계신 남성분 멋졌다 

    내 이야기에 한시도 빠짐없이

    귀 기울이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이것저것 도전하는 분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애프터 신청을 받았다

     

    근데 그 사람이 나한테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연애가 두려웠다

     

    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연애 자체가 시작하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이 없던

    구멍이 뚫려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나는 내가 우울증에 걸려버린 줄 알았다

     

    기분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그 소개팅 날 이후로부터 

    무슨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누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시킨 것처럼

    눈동자 빼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이 허한 이유를,

    오늘에서야 문제를 찾게 되었다

     

    마음속에서 

    "내 공간 , 내 할거 , 내 할 일 , 내 밭 , 내 거"

    같은 소리가 자꾸 들린다

     

    연애가 두려웠던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 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나 자신이 무얼 할 때 행복한 지도 잘 모른다

     

    나는 내 사용설명서가 없다

    나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도

    고장 난 나를 고치는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내 정원으로 돌아왔다

    하나씩 나에 대해 찾아나가고 싶다 

    그래서 왔다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면

    그냥 흰 백지에 내 생각 , 내 의견

    휘날릴 수 있는 자유로운 내 공간.

     

    글 쓰는 거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아늑한 느낌인 줄 몰랐다

     

    내 것이 이렇게나 소중한 지 새삼 깨닫는다

    썩어버린 뿌리 잘라내고 

    다시 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가꾸지 않아 

    티스토리 아이디도 까먹어서

    들어오기까지 헤맸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있을지라도

    돌아올 수 있는 내 공간이 있어서 좋다 

     

    티스토리를 시작하겠다고

    처음 결심했을 때

    포럼을 3개씩 올리던 시절

     

    나는 무조건 1일 1포스팅 할 수 있다고

    까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여기까지 돌아온 시간 75일 동안

    '방향성 찾는 시간'이라는 꽤나 괜찮고 이상한 명목 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아니 안 썼다

     

    그냥 쓰면서, 하면서 찾으려고 한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

     

    분홍색 배경에 분홍색 글씨로 내공간
    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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